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꼽히는 아타카마사막의 250㎞ 마라톤코스를 완주한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오른쪽)과 아들 송 원씨.

아들과 함께 6박7일간 사막 250㎞ 달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칠레>=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매일 발목이 잘려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지만, 아들에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견뎠습니다"

6일 칠레 북부 사막도시 산페드로에서 막을 내린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참가자는 한국의 시각장애인 송경태(47) 전북시각장애인 도서관장이었다.

송 관장은 지난달 30일부터 6박7일간 대학생인 아들 원(21)씨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꼽히는 아타카마 사막의 250㎞ 코스를 완주했다.

해발 3천~4천m의 고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은 산소가 희박한데다가 달의 표면이 연상될 정도로 험준한 산악 지형이기 때문에 웬만한 마라토너들은 출전 자체를 꺼리는 대회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도 71명의 참가자 가운데 7명이 최악의 자연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 포기할 정도였다.

송 관장 부자도 여러차례 극한상황에 몰렸지만, 서로를 의지하면서 중도포기의 유혹을 떨쳐냈다는 설명이다.

송 관장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험난한 지형을 달리는 과정에서 일반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악마의 발톱'이라고 불리는 소금사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선 정강이 근처까지 파묻히는 끝없는 모랫길이 마치 발목을 잘라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줬다는 것.

그러나 송 관장은 대회 기간 내내 `아버지의 눈' 역할을 한 아들을 의지하면서 고통을 참아냈다.

특히 아버지를 위해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원씨가 대회 4일째부터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부터는 더더욱 힘든 내색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송 관장의 설명이다.

송 관장 자신이 중도포기를 선택할 경우 아들도 완주를 포기하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강한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줬야 했다.

결국 송 관장 부자는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홍보이사 등 다른 한국 참가자들의 도움과 격려 속에 레이스를 완주했다.

아들 원씨는 결승점 통과 직후 아버지를 포옹한 뒤 "아버지의 그늘이 이렇게 크고 시원하다는 사실을 평소엔 몰랐다"며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송 관장도 "또 하나의 도전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고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며 "특히 아들이 완주한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대회 완주로 사하라 사막과 고비 사막 등 세계 3대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게 된 송 관장은 올해 11월에 열릴 예정인 남극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계획이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