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올 여름 지구가 뜨겁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자연 재해도 세계 곳곳에서 잇따랐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그 원인으로 꼽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망가져 가는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열정 씨는 빨래를 손으로 합니다. 비좁은 욕실에 쪼그리고 앉아 하는 손빨래.

세탁기가 없어서는 아닙니다.

임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는 드럼 세탁기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인터뷰>임열정:"다른 건 전 좀 익숙해졌는데 지금도 조금 힘들다고 느껴지는 건 짜는 거. 짜는 거는 아직도 세탁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아직은 있어요."

<리포트>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가뜩이나 더운데 환기가 잘 안 되는 오피스텔 안은 찜통 속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계속 땀이 흘러내립니다.

에어컨은 코드가 뽑혀 있습니다.

<인터뷰> 임열정:"여름이잖아요. 근데 에어컨 없이 사는 게 진짜 힘들고요. 저는 원래 에어컨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여름을 에어컨 없이 산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환경운동 단체의 활동가인 임 씨는 지구에 해를 주지 않고 살아보기, 이른바 ‘노임팩트맨 프로젝트’를 100일동안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살아보자며 지난 6월 15일부터 불편을 감내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전기를 많이 쓰는 세탁기와 에어컨, 텔레비전을 끊었습니다.

3킬로미터가 안 되는 거리는 걸어다니고, 장을 볼 땐 걸어서 동네 마트만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오르내립니다.

장거리 운송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수입 식료품과 포장 쓰레기가 많은 인스턴트 음식도 먹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채소와 과일로 식단을 꾸립니다.

<인터뷰> 임열정:"집에서 먹을 땐 인스턴트 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왜냐면 귀찮기도 하고 집에서 조리하고 야채같은 거 거의 안 먹었는데요. 제철 음식이 뭔지도 몰랐고요. 여름에 복숭아가 나오고 오이가 나오고 이런 거 전혀 몰랐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음식은 꼭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남기지 않습니다.

덥고, 불편하고, 몸이 고달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하지 않은 효과를 봤습니다.

<인터뷰> 임열정:"제가 목에 계속 기침이 있었어요. 근데 감기인 줄 알고 계속 약도 먹고 여러 가지를 했었는데 안 나았거든요. 근데 에어컨을 끄고 잠을 자기 시작했더니, 전엔 에어컨을 켜놓고 잠들기 전까지는 켜놓고 있었거든요. 근데 좀 약간 더운 느낌으로 잠을 자기 시작했더니 기침이 멈추더라고요."

‘노임팩트맨’은 미국의 환경운동가 콜린 베번이 지난 2006년 1년동안 진행한 생활 속 환경운동입니다.

자신의 가족과 함께 지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도 대도시 뉴욕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휴지를 포함한 일회용품을 안 쓰고, 지역의 농산물만 먹었으며, 심지어 전기 사용 자체를 끊었습니다.

<인터뷰> 콜린 베번 (미국 환경 운동가):"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모두 포기한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나중에 어떤 것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안 하고는 살 수 없는지 알게 될 겁니다."

파격적인 실험에 신문 방송 등 매체의 관심이 잇따랐습니다.

콜린 베번은 1년의 프로젝트를 마친 뒤 영화와 책으로 성과를 정리해 생활 속 환경 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자각을 이끌어냈습니다.

임열정 씨가 한 봉사 단체를 찾았습니다.

EM, 즉 미생물발효액을 이용해 생활 용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여기서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비누와 탈취제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녹취> "좋죠. 탈취효과 있고 신발장 하수구 뿌려서 하시면 돼요. 간단하죠?"

EM은 비누나 탈취제 뿐 아니라 방향제나 손세정제, 심지어 색조화장품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기존의 화학제품들과 달리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환경 정화까지 해줍니다.

<인터뷰> 임열정:"저는 이제 굿임팩트(좋은 영향) 많이 주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 실정에 맞는 것들을. 그래서 EM을 활용해서 제가 쓰고 있는 것보다 바꿔서 오늘 만들어 보니까 되게 간단하더라고요."

<녹취> "이거 밑에 두 개 있거든요? 하나는 화초 심는데 놓고 하나는 지렁이를 넣는데 두면 돼요. 이거 같이."

사람들이 지렁이를 분양받으려 줄을 섰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무료로 지렁이를 나눠주는 곳입니다.

호기심에 지렁이를 만져보는 아이들은 징그러워하기는커녕 지렁이를 소중히 다룹니다.

지렁이가 지구를 지켜주는 고마운 벌레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지렁이는 남은 음식물을 영양분 있는 흙으로 바꿔주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데에는 지렁이를 키우는 것만 한 게 없습니다.

주부 신혜선 씨는 2년 전부터 지렁이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왔습니다.

<녹취> "(감자는 지렁이가 싫어한다고 그랬는데...) 응, 수박을 좋아한다고 그랬지."

처음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의외의 효과에 놀랐습니다.

<인터뷰> 신혜선/이도현:"(지렁이가 엄청 많이 먹는다.) 엄청 많이 먹는다? (응 뚱보 같애.) 그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도 다 흙속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이제는 지렁이 덕을 톡톡이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혜선 /이도현:"에전에는 다 모아서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음식물 버리는 날 버렸었고, 지금은 거의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음식물 봉투에 버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다 해결되거든요."

지렁이의 효과는 또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은 지렁이의 분비물은 질 좋은 천연 거름이 되어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 데 큰 보탬이 됩니다.

식생활은 탄소 배출량을 결정하는 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녹취> "이건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고요 이거는 고기 안 들어간 콩고기가 들어간 야채만두, 이건 콩고기로 만든 뭐라그러지? 깐풍기 같은 거고.."

이들은 채식을 통해 지구를 지키는 일에 한 몫을 보태고 있습니다.

채식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지구 탄소 배출량의 가장 많은 비중이 육식을 위해 가축을 키우면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축을 키우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탄소배출량의 18% 정도.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합해도 가축의 탄소 배출량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최낙현(채식주의자):"환경문제 접할 때마다, 되게 미미할지라도 제가 앞으로 몇십 년 살아가면서 계속 채식을 할텐데, 그게 축적되면 상당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한 해 동안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27기가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년 뒤엔 전세계 탄소 배출량이 40기가톤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한 해에 10억 5천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한 사람 당 10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인데, 세계 평균이 4.3톤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습니다.

개개인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한 만큼 에너지 절감 노력을 이끌어내는 유인책도 하나둘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에코마일리지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주부 이미자 씨는 모범적인 탄소 감축 사례로 선정됐습니다.

이 씨는 매일 달력에 하루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기록하는 습관으로 낭비를 막았습니다.

<녹취> "두 시간, 뭐 이런 식으로. 그런데 이것도 좀 많이 나온다 싶으면 한시간 오십분 한 시간으로 줄이고. 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줄였던 거에요."

절전용 멀티탭을 사용하거나 집을 비울 땐 아예 코드를 뽑아놔 대기전력 사용량을 줄였고,냉장고 안의 음식물은 투명 용기에 담아 원하는 내용물을 빨리 찾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사소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 이런 습관으로 이 씨는 3개월 에너지 비용을 20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탄소 배출량 역시 32%나 줄였습니다.

<녹취> "5.4.3.2.1..."

도심 거리의 불빛이 꺼집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5분 동안 전깃불을 끄는 캠페인입니다.

이날 하루 1시간 동안 에어컨을 끄고 5분 동안 소등한 것만으로 75만 킬로와트의 전력이 절약됐습니다.

탄소 배출은 351톤이나 줄였습니다. 일회성 행사의 성과가 이 정도라면 생활을 변화시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내가 불편을 감내하는 만큼 지구가 건강해지고, 그것이 결국엔 나와 내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 그리고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