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백낙삼 신신예식장 사장 |
"돈 없어 결혼 못하는 사람 돕자" 41년째 사진값만 받고 무료봉사
"가보 1호는 예식장 일 적힌 앨범, 지금처럼 봉사하며 살고 싶어" |
"죽기 아니면 살기다. Never ever give up! The game was mine. 결코, 포기하지 말자! 승리는 내 것이었다."
B4 크기 종이에 커다란 새가 개구리를 부리에 물고 삼키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개구리는 반쯤 먹혔지만, 새의 목을 조르면서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거기에 쓰인 문구다.
"아내는 신부 들러리 나는 주례"
신신예식장 백낙삼(77·마산시 서성동) 사장은 자신이 바로 그 개구리였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직접 그리고 색칠한 그림이라고 했다.
백 씨는 부인 최필순(67·사진 오른쪽) 씨와 함께 1967년부터 41년간 사진관과 무료 예식장을 운영해오면서 지역에선 꽤 알려진 인물이다. 88년에는 사회봉사 국민훈장을 받았고, 지금까지 각종 상장, 상패를 받으며 언론에 등장하기도 수십 차례. 선행을 베풀던 이가 암을 극복했다는 얘기를 듣고 17일 부부를 만났다.
"2년 7개월 전 대장암의 일종인 S 결장암 3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가 수술 후 살 수 있는 확률이 5%밖에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120세까지, 저보다 10살 적은 아내는 110세까지 살다 한날한시에 죽기로 했는데, 아내를 두고 먼저 죽을 순 없다고 생각해 암을 이겨내려고 정말 안간힘을 썼습니다."
백 씨는 작년 '암을 극복한 20인의 수기'(범우사)에 자신의 암 극복 사례를 썼다. '이대로 절대 죽을 순 없다'는 각오로 병원에서 지시하는 바를 철저하게 따랐다고 썼다. 암을 극복하는데 좋다는 케일, 카레 등을 집 앞산에다 키워서 먹고 있단다.
"3개월마다 한 번씩 병원 진단을 받는데, 얼마 전 췌장에 물혹이 생겼다고 해서 암이 전이된 건 아닌가 싶어 놀라긴 했지만 지금까진 별다른 이상이 없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웃음)"
그를 만나러 3·15의거탑 근처 신신예식장을 찾았을 때, 막 사진 촬영을 마친 부부 한 쌍이 나왔다. 시내버스 기사라고 자신을 설명한 남편,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은 부인은 백 씨 부부 덕에 드레스 입고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시내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신신예식장은 유명하단다. 동료 여러 명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치렀다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41년 동안 문 닫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예전에는 설, 추석 명절에도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 말고도 사진 기사가 3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결혼식도 하루 최대 17쌍까지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전국에서 신신예식장을 찾아오는데, 보통 하루 5~6쌍 정도 됩니다. 사진 값 40만 원을 제외한 예식실, 폐백실, 드레스, 턱시도 등 필요한 것은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아내는 신부 들러리, 제가 사회, 주례, 사진사까지 하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웃음)"
백 씨는 자신이 정한 가보 제5호인 '신신사기(新新史記)'를 펼쳐들고 하나씩 자신이 걸어온 길을 들춰냈다. '신신사기'는 신신예식장을 개업하고서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차곡차곡 정리해 둔 앨범이다. 개업 당시 예식장 사진, 예식장에 다녀간 사람들, 무료예식장을 하면서 받은 언론의 조명(신문, 방송)을 하나하나 다 모아 놨다.
'신신사기'의 앞부분에 자리한 '개업 서문'에는 왜 자신이 '신신예식장'을 개업했는지 빼곡히 적혀있다.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 못하는 분들에 작으나마 도움될까 하여 사진 값 6000원만 받고 완전 무료 사회봉사란 간판 아래 개업하였다."
백 씨는 하나하나 걸어온 길을 설명하면서,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자신이 5월 21일 부부의 날에 쓴 엽서를 보여줬다. '사랑하는 천사 같은 여보여!'로 시작한 편지는 "'사랑하는 허니여! 너무너무 감사하오. 금과 옥을 드릴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드릴게요.
죽을 병을 실었어도 당신의 정성으로 멀쩡하게 살았네요"라며 아내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의 호를 넣어 지은 노트로 돼 있는 '우암(佑巖)문집' 두 권에는 삶의 의미를 깨달은 자신의 글을 손수 기록해 놓았다.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글로 아로새기는 그는 지금처럼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
|
